2025. 3. 17. 22:38ㆍ음악
난 뭔가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인데, 항상 이걸 잊곤 하는 것 같다. 난 일이건 취미건 어느 정도 만족할 때까지는 계속 하나를 파는 경향이 있다.
이전에 SONY CD Walkman을 3대 모았다고 글을 썼다. 추억으로 시작했지만, 이것저것 찾아보다 보니 역시나 CD Walkman보다 구형 모델이지만 소리는 훨씬 좋다고 하는 Discman 모델이 가지고 싶어졌다. 때마침 중고장터에 Discman 명기 중에 하나라는 D-303이라는 모델이 올라왔는데, 26만원을 주고 1990년에 나온 CDP를 사는 게 맞는 건가 고민하다가 좀 더 저렴하게 올라온 Discman 모델 D-321(1993년 출시을 12만원에 구매했다. 이 모델은 고음질 Discman의 거의 끝자락에 있는 모델이다. 1995년 영화 '건축학개론'에도 나오는 Discman 10주년 기념작인 D-777, 이 D-777 모델이 나오면서 Discman은 고음질에서 작은 크기와 휴대성을 강조하는 방향의 노선을 걷게 되고 1997년에는 CD Walkman이라는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Discman은 완전히 휴대용 CD 플레이어로 변모하게 된다.
이 모델은 튐 방지 기능(ESP:Electronic Shock Protection)이 있기는 하지만, 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AA 건전지 2개로 4시간밖에 버티지 못하기 때문에 4.5V DC 어댑터를 따로 구매했다. 그 시대와 어울리는 음반 중 하나인 패트레이버 보컬 컬렉션을 우선 들어봤다. 기본적으로 화이트 노이즈가 있기는 하지만 출력과 음질은 아주 훌륭했다. 사진에는 잘 안 보이는데, 재생 시 정보창에 은은하게 주황색 불빛이 들어오는데 이게 또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가 된다.
사실 이 Discman D-321을 구매해 놓고도 D-303 모델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렸다. D-303이 자주 나오는 매물도 아니고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구매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됐다. 그런 고민 끝에 결국 Discman D-303도 구매하게 된다. D-321을 구매하기 전에 결정을 내렸으면 D-321은 구매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만, 이것도 다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넘기기로 했다. 그렇게 Discman D-303도 결국 내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 녀석은 ESP 기능도 없는 주제에 AA 배터리 2개로 불과 3.5시간 연속 재생이라는 짧은 재생시간을 가지고 있기에 역시 9V DC 어댑터를 따로 구매했다. 이번에도 역시 그 시대에 어울리는 음반 중 하나인 오렌지로드 Loving Heart를 들어본다. D-321도 그렇지만 이 녀석도 볼륨 MIN에서도 음악 소리가 이어폰으로 들리는데, MIN 볼륨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는 D-321보다 좀 더 크다. 하지만 D-321에 비해서는 화이트 노이즈가 잘 안 들리는 점은 역시 더 고급 기기라는 느낌이다. D-303이 D-321보다 좀 더 힘 있는 소리를 들려주기 때문에 좀 더 좋게 들린다. 이 녀석 역시 재생 시 정보창에 주황색 불빛이 들어오는데 사진에서도 뚜렷하게 보일 정도로 밝게 들어와서 역시나 감성을 자극한다.
크기는 D-303이 살짝 작은 느낌이지만 무게는 더 묵직하다. 나란히 놓고 보면 D-303이 훨씬 고급스러운 느낌이다.
올해 정말 오랜만에 추억의 CDP를 새롭게 구매하게 되었고, 이제 한 달 반 정도 지난 것 같은데, 어느새 여기까지 왔다. 역시 난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하지만, 이 여정도 슬슬 마무리되는 느낌이다. 눈이 가는 Discman의 모델들이 몇몇 더 있지만 그런 모델들은 가격이 취미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 같기 때문이다. Discman D-88 (8cm CDP) 이나 Discman D-Z555 같은 모델에도 관심이 가는데, Z555 같은 모델은 중고가가 거의 150만원은 하는 것 같아서 도저히 손이 가질 않는다. 일단은 지금은 이 녀석들을 아껴줘야겠다. 내 기준에서는 D-303만 해도 충분히 훌륭한 소리를 들려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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